이 소설집을 낸 8명의 여류작가도 마찬가지다.
송우혜(52) 은희경(40) 송혜근(47) 전경린(37) 윤명제(48) 박자경(36) 한정희(49) 김지수(51).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나이 서른이 넘어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에 당선됐다는 점. ‘서른’과 ‘중편’, 이 둘은 각별하다. 인생을 알고, 그 인생을 긴 호흡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집도 그렇다. 떠나간 남자와 지금의 남자 사이에서 현실을 바라보고 자신을 찾아나가는 내용을 담은 전경린의 표제작 ‘어느 낯선 물 속 나의 그림자’. 자신을 유폐시킨 상황에서 ‘삶이 곧 죽음’임을 체득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박자경의 ‘저 까마귀 떼’.
운동권 남편의 비극적 삶을 끌어안아야 하는 한 여인의 고뇌를 그린 은희경의 ‘멍’.
주로 주인공 여성과 그를 둘러싼 남성과의 불화(不和), 부조리한 세상과의 불화를 통해 삶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들이다.
경쾌한 터치로 그 과정을 묘사하지만 접근 방식은 사뭇 다르다. 실존적인 고뇌를 통하기도 하고 역사를 통하기도 한다. 또는 성(性)을 통해 다가가기도 한다.
이들 8명은 한달에 한번씩 만난다. 만나서 늘 작가는 어떠해야 하고 여류작가는 또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한다.
그리곤 소설에 인생을 걸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그 때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고 다짐한다.
“모임을 갖고 돌아갈 때면 내가 제대로 작가의 길을 가고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는 윤명제의 말처럼. 여기 실린 작품들 역시 초심으로 잉태한 것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