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임웅균 「열린 독창회」대중 속으로

  • 입력 1999년 4월 25일 19시 38분


민요 ‘밀양 아리랑’, 영화주제가 ‘초우’, 드라마주제곡 ‘세월의 저편’.

테너 임웅균(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열린 독창회’ 레퍼토리들이다. 영화 주제가와 팝송에서 아리아까지 장르를 ‘열어젖힌’ 파격무대다. 내로라 하는 성악가들의 독창회 단골 메뉴인 오페라 아리아와 예술가곡은 12곡중 단 세곡뿐.

평소 “청중들의 마음은 열려 있어요. 이젠 연주가들이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지요.”라고 노래처럼 이야기해오던 임웅균답다. 27일 오후7시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유럽이나 미국은 오페레타(대중적 오페라) 뮤지컬등 중간장르가 폭넓게 발달돼 있어요. 우리도 ‘관객층이 얇다’며 목에 힘만 주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중간장르를 찾아 국민정서에 도움을 주도록 해야죠.”

이탈리아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85년 귀국한 뒤 줄곧 펴온 주장이다. 먼저 ‘청중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외국것만 읊어대는 세태’를 그는 못마땅해 했다. “흥겨운 우리 민요를 무대에 많이 올리려는 생각을 먼저 했죠. 기회있을 때마다 ‘밀양 아리랑’을 불렀습니다.” 그는 휴대폰 신호음에까지 이 선율이 등장한 데는 자기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 착안한 곡은 영화음악과 드라마 주제가. “우리에게도 길이 남을 영화주제가가 많이 있어야 합니다. 박춘석의 ‘초우’는 품격을 갖춘 좋은 노래예요.” 3년전 TV드라마 ‘이 남자가 사는 법’ 주제가로 쓰인 박호준 곡 ‘세월의 저편’도 선보인다. 창법은 클래식이면서 대중에게 친숙한 이런 작품들을 계속 개발한다면 ‘대중가곡’이라는 새 장르로 정착받아 사랑받게 될 거라는 생각이다.

그는 TV 토크쇼 등에서 낯익은 ‘엔터테이너’. ‘체신머리 없이 방송에서 잡담이나 한다’고 흘겨보는 눈길도 많다. 그의 생각은 어떨까. “연주가는 끊임없이 자기를 알려 대중과 호흡해야 해요. 제 경우에는 방송이 도움을 주죠.” 청중을 확보하기 위해 기회가 닿는 한 계속하겠다는 것.

그러나 ‘열린 독창회’에 대한 성악계의 생각은 엇갈린다. “고급예술을 사랑하는 데는 개인의 취향과 특별한 계기가 필요합니다. ‘중간장르’를 통해 점차 수준을 높여가기는 힘들죠.” 연세대 박성원교수(테너)의 말. 반면 서울대 박인수교수(테너)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좋은 창법으로 불러 감동을 안겨준다면 그 자체만으로 가치있는 일”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번 콘서트는 최선용 지휘 경기도립오케스트라가 반주하고 소프라노 김원정, 바리톤 송계묵 등이 특별출연한다. 02―569―9501(트러스타)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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