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전매 「썰렁」…매매 거의없고 프리미엄 실종

  • 입력 1999년 4월 25일 19시 38분


“분양권 전매 허용 이후 실제로 이익을 본 건 건설업체뿐이다. 청약통장가입자들이 우선 아파트를 잡고 보자는 식으로 청약에 나서면서 분양률이 크게 올랐지만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 중 실제로 분양권을 매매한 사람은 거의 없다. 3,4개월 후에 있을 1차 중도금 납부 때는 급매물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경기 용인시 상현리의 한 중개업자).”

지난달초 수도권지역에서 40평형대의 로열층 아파트를 분양받았던 이모씨(35)는 최근 프리미엄(웃돈) 1천만원을 받고 서둘러 분양권을 팔았다. 그는 “직장이 서울 강북에 있어 애당초 입주할 목적으로 분양받은 것은 아니었다”며 “지난달말에 2천만원 정도 하던 프리미엄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급하게 처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의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케이스. 지난달부터 신규 분양아파트의 분양권 전매가 전면 허용된 후 활발할 것으로 예상됐던 분양권 거래가 지극히 부진하다. 또 분양권 프리미엄도 당초 예상과 달리 계약 직후보다 점차 하락세를 보이면서 일부 지역, 특정 평형을 제외하곤 거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자 실수요자가 아닌 사람들 중 프리미엄을 노리고 무턱대고 분양현장에 뛰어들었다가 분양권이 전매되지 않아 중도금날짜를 걱정하는 등 낭패를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실정.

▽거래가 부진하다〓25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이 이달초 구리 토평지구에서 분양한 아파트 1천2백2가구 중 분양권 전매 신청은 50가구에 불과했다. 동시에 구리 토평지구에서 아파트 4백2가구를 분양한 삼성물산의 경우도 분양권 전매 물량은 20가구에 그쳤다.

지난달 경기 안산시 고잔택지지구에서 아파트 1천8가구를 분양한 대우아파트의 경우도 분양권 전매물량은 57가구였고 현대건설의 경우 조합아파트를 포함해 올들어 신규 분양한 아파트 2백52가구 중 분양권이 전매된 물량은 겨우 6가구였다.

▽프리미엄은 실종상태다〓이처럼 분양권 전매가 이뤄지지 않자 프리미엄도 일부 로열층에 위치한 아파트에만 붙을 뿐 거의 전층에서 하락하고 있고 일부에선 가격조차 형성되지 않고 있다.

구리시 토평지구의 50∼60평형대의 대형 아파트에는 최고 7천만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었으나 20평형대의 경우 로열층에 전망이 뛰어난 일부 지역에만 5백만원 안팎의 프리미엄만 붙은 상태다.

용인시 상현리에서 지난달 아파트를 분양한 금호와 쌍용의 경우에도 60평형대 아파트의 분양권 프리미엄은 계약 초기 3천만∼4천만원이었으나 최근에는 반 이상 떨어진 1천만∼2천만원대에 호가되고 있다.

▽원인과 전망〓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분양권 매매가 미미한 것은 최근들어 집값 상승세가 둔화된 데다 집값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가 자리잡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한다. 즉 팔려는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조금 기다렸다가 팔 때 많은 전매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는 것.

게다가 최근 들어 주택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면서 업체들이 수도권지역에서 경쟁적으로 아파트 분양에 나서는 것도 분양권 전매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 내집마련 실수요자들이 굳이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을 사기보다는 신규 분양아파트를 기다린다는 것.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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