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창작여행]설치작가 육근병씨의 퍼포먼스

  • 입력 1999년 4월 26일 19시 32분


‘시선에 불을 지르다.’ 설치작가 육근병은 둥글게 말아 눈에 댔던 종이에 불을 붙였다. 눈 앞에서 불꽃이 일었다. 종이를 태우는 연기가 눈을 자극했다. 눈물이 흘렀다. 그는 외쳤다.

“여러분도 한 번 해보십시오. 그리고 느껴 보십시오. 얼마나 매운지. 얼마나 눈물이 나는지….”

17일 밤11시 경. 장전항에 정박해 있던 금강산 관광선 봉래호 갑판에서 펼쳐진 육씨의 즉석 퍼포먼스(행위예술)였다.

금강산 창작여행길에 나선 작가들은 이날 처음 올라가본 금강산을 소재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주흥이 무르익을 무렵 육씨는 갑판 위에 있던 작가들에게 종이를 나눠준 뒤 자신도 종이 한 장을 둘둘 말아 망원경처럼 눈에 대고 쳐다 보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기처럼 해달라고 부탁해 10여개의 종이망원경이 그를 주목했다. 그 시선을 받으며 육씨는 다시 자신의 종이망원경을 금강산 쪽으로 향했다. 뜨거운 시선을 모아 금강산을 바라본다는 의미. 그리고 그 망원경에 불을 질러버렸다.

“눈에서 불똥이 튄다는 의미죠. 너무나 아름다운 금강산 경치를 보고 눈에서 불꽃이 일었습니다. 또 그 아름다운 경치를 두고도 마음놓고 갈 수 없는 현실에 다시 한 번 눈에 불이 나더군요. 그리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재현해 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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