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창작여행]한국화 이종상교수, 새준법개발 역설

  • 입력 1999년 4월 26일 19시 32분


“한마디로 준법(○法)의 박물관입니다. 제자들을 모두 데리고 와서 이곳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우리 산하를 그려온 대표적인 한국화가 이종상(서울대 교수)은 17일 천태만상의 모습을 지닌 금강산 만물상이 바라다보이는 천선대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준법은 산이나 바위의 구릉을 그려 입체감을 표현하는 회화기법. 마(麻)의 올이 흘러내리듯이 경쾌하고 부드럽게 산세를 표현하는 ‘피마준(披麻○)’, 도끼로 내리찍은 듯이 날카로운 바위 모습을 그리는 ‘부벽준(斧劈○)’, 뭉게 구름이 피어 오르는 듯이 산봉우리를 그리는 ‘운두준(雲頭○)’ 등 30여가지가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중국에서 개발되고 이름붙여진 준법들. 이교수는 금강산의 기기묘묘하고 독특한 산세를 그려내는데는 이 준법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역시 우리 땅, 우리 산하입니다. 중국의 준법들로는 이 모습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으니까 말입니다. 이곳에서는 전래의 준법들을 모두 동원하고도 또다른 준법이 필요해요. 누구나 자신만의 독창적 기법을 개발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왜 금강산에서 겸재 정선(謙齋 鄭敾)의 ‘진경산수화’가 태동했는지 알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곳에서부터 겸재는 중국 산수를 그리던 당시의 화풍에서 벗어나 우리 땅을 그리기 시작해 민족예술의 독창성을 일궈냈습니다.

이곳을 방문한 작가들도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얻어 ‘현대 진경’을 일궈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교수는 북한 안내원들이 하산을 여러 번 재촉할 때까지 남아 있으며 스케치에 열중했다.

〈금강산〓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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