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H바이러스 침투 파장]PC 곳곳서 「뇌사상태」

  • 입력 1999년 4월 26일 19시 32분


한마디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었다.

CIH바이러스로 26일 하루는 문명의 이기들이 풍비박산나고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담긴 자료들이 증발해버렸다. 마치 13년전 이날 일어난 체르노빌원전사고의 끔찍한 광경이 다른 형태로 재현된 듯했다.

▽피해사례〓업무처리의 대부분을 컴퓨터에 의존하는 D전자는 이날 컴퓨터를 켜자마자 그동안 쌓아둔 정보를 순식간에 잃었다.정부 부처와 출연연구소에서도 출근 직후 켠 컴퓨터들에서 ‘operating system not found’라는 메시지가 나타나며 작동 불능 사태가 일어났다. 특히 이들 컴퓨터에서 예산 세무 관련 자료와 연구개발 자료들이 대량으로 유실된 것으로 알려져 피해규모는 눈덩이처럼 앞으로 불어날 전망이다.이번 바이러스 피해는 특히 컴퓨터전문가를 따로 둘 수 없는 중소기업체에서 더욱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내 한 업체는 “기계설계도면같은 핵심자료를 날려 회사가 도산할 처지에 몰렸다”고 호소했다.

▽감염경로〓작년 대만에서 발견된 이 바이러스는 세계적으로 나타난 수만종의 컴퓨터바이러스중에서 가장 파괴력이 높은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CIH바이러스는 감염이 돼도 전혀 이상이 없다가 4월26일에만 나타나 컴퓨터를 마비시켜 세계를 공포에 몰아 넣었다.

26일 0시를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감염 피해를 몰고온 이 바이러스는 컴퓨터 속에 잠복해 있다가 부팅하는 순간 하드디스크드라이브에 담겨있는 데이터를 순간적으로 몽땅 날려버린다.

이번 바이러스는 인터넷 PC통신 네트워크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전파되고있으며 사회적으로 컴퓨터활용도가 높아 사상 최대의 피해가 일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일부 소프트웨어업체와 PC통신업체가 제공한 교육용 또는 통신용 프로그램이나 컴퓨터잡지 부록 등으로 배포된 CD롬을 통해서도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처방법〓일단 감염된 컴퓨터는 안철수연구소나 하우리컴퓨터같은 바이러스백신전문회사에 문의해 고쳐야 한다. 감염 정도가 심하지 않거나 운이 좋은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일부 데이터를 살릴 수는 있으나 큰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 바이오스칩을 교환한 뒤 하드디스크에 윈도95, 윈도98같은 운영체제(OS)를 다시 설치하면 컴퓨터는 다시 쓸 수 있다. 또 감염이 안됐거나 26일 켜지 않은 컴퓨터와 따로 보관하는 플로피디스켓들은 최신 백신프로그램을 구해 감염 여부를 점검해 바이러스를 퇴치해둬야 한다.

최신 백신프로그램은 안철수연구소(www.ahnlab.com·02―525―2141) 또는 하우리컴퓨터(www.hauri.co.kr·02―458―2235) 시만텍코리아(02―3420―8600) 명정보시스템(02―703―8500) 등에서 구할 수 있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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