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듯한 다람쥐새끼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맑은 눈빛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고집할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어린것들은
내 앞에 눈부신 꼬리를 쳐들고
나를 어미라 부른다
괜히 가슴이 저릿저릿한 게
핑그르르 굳었던 젖이 돈다
젖이 차올라 겨드랑이까지 찡해오면
지금쯤 내 어린것은
얼마나 젖이 그리울까
울면서 젖을 짜버리던 생각이 문득 난다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난만한 그 눈동자,
너를 떠나서는 아무데도 갈 수 없다고
갈 수도 없다고
나는 오르던 산길을 내려오고 만다
하,물웅덩이에는 무사한 송사리떼
―시집‘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창작과 비평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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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산에서 어린 다람쥐를 만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어린 것을 보고 굳었던 젖이 핑그르르 도는 모성은 아무나 지닐 수 없다. 그게 시심이 아닐까. 그 마음이 올라가려고만 하는 나를 내려오게 한다. 가슴 아파라. 어린 너를 떠나서는 아무데도 갈 수 없다고 한다. 자기 자신한테조차도. 그래서 지금 다른 것들이 새 목숨을 얻었으리라.
신경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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