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호의 ‘사과나무밭’이다. 봄에 피는 과수꽃으로는 가장 늦게 개화해 일찍 진다는 꽃. 만개에서 이미 낙화의 아픔을 전하는 꽃. 그런데 화가는 그 아픔마저 안정된 보색대비와 색채분할로 처리함으로써 보는 이를 삶에 대한 진지한 통찰로 이끈다.
‘만상이 흘러가고 만상이 흘러오고. 조용하여라. 한해만 살다가는 꽃들’(이진명, ‘청담·淸談’중)처럼 어쩌면 우리 모두는 꽃처럼 살다 가는 미물인 것을. ‘자연을 환희로써 채우는 싱싱한 봄이 찾아왔을 때 저 디오니소스적인 흥분이 눈뜨게’되지만, 인간과 자연은 어차피 한 세상 살다 가는 ‘우주조화의 복음에 접한’(니체, ‘비극의 탄생’ 중) 삶이라는 통찰 같은 것. 비극도 환희도 한 얼굴이라는 그런 통찰 말이다.
조용훈(청주교육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