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판 통신]김주환/「이웃에 살고 있는 공자」

  • 입력 1999년 4월 30일 19시 45분


★「이웃에 살고 있는 공자」/티 알 리드 지음/랜덤하우스★

한때 구미 각국에서는 서구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유교적 자본주의를 높게 평가했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계속되는 일본의 경기 침체와 특히 아시아 각국의 경제 위기는 유교적 전통을 오히려 비효율과 부패의 대명사인양 여기게끔 만들어 버렸다.

이 책은 이러한 지적 분위기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도쿄지국장으로 근무한 바 있는 저자는 이제 서구와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동아시아가 세계의 중심 세력이 되는 ‘아시아의 세기’가 오고 있다고 본다.

이 책이 특히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동아시아 각국의 사회적 안전성이다. 구미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이혼율, 범죄율, 마약 사용율과 성공적인 공공교육제도, 경제적 평등 등 여러 사회지표는 동아시아가 경제적 기적보다 더 놀라운 ‘사회적 기적’을 이뤄냈음을 보여준다.

이것을 가능하게 했던 공자의 사상과 유교 전통은 공동체와 가족을 중시하고 겸손과 근면을 강조하며 이웃을 존중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에서 유대―기독교적 전통이나 소크라테스 이래 서구 철학의 도덕적 원칙들과 거의 흡사하다. 따라서 서구가 동아시아를 배우는 것은 결국 잃어버린 서구 자신의 도덕적 전통을 재발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김주환(미국 보스턴대학 언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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