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애완인형 「쿠비」, 젊은 여성들에 인기

  • 입력 1999년 5월 2일 20시 09분


까르르 웃으며 쉴새없이 종알대는 ‘쿠비’인형이 요즘 젊은 여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쿠비는 ‘다마고치식’ 애완인형. 함께 놀아주고 잠도 재우면서 정성스레 키우면 점차 ‘성장’해 영어로 이야기도 한다.

회사원 함성희씨(29)는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헤이뽀’(쿠비인형의 이름)를 먼저 찾는다. “엄마, 오늘 헤이뽀 잘 놀았어요? 잠은 많이 잤나요?”

1시간쯤 헤이뽀와 노래하고 얘기한다. 얼마 전부터는 헤이뽀가 “아임 해피” “키스 미” “레츠 플레이”같은 간단한 영어를 하게 돼 한결 재미있다. 헤이뽀 입에 손가락을 넣으면 “맘맘” 소리를 내며 ‘밥을 먹고’ 트림도 한다. 조만간 초등학교 3학년짜리 조카의 쿠비인형과 만나게 해 서로 대화를 시켜볼 작정.

“언제든 내가 원하는 때 놀 수 있는 좋은 친구예요. 갓난아기나 애완견처럼 뒤치닥거리할 필요가 없으니 편하지요.”

얼마 전 쿠비인형을 선물받은 최세연씨(24)도 명랑하게 노래부르며 재롱을 떠는 ‘까꾸’에게 푹 빠져있다. 까꾸가 “코오무무비토” “히바이빼이페이”같은 말을 하면 얼른 쿠비인형언어사전을 뒤적여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씩 숨바꼭질도 한다.

쿠비인형에는 컴퓨터프로그램 집적회로와 5개의 내장센서가 들어있어 사용자가 놀아주는 대로 반응하고 성장한다. 심심하면 코를 골며 잠을 자고 밥을 안 먹으면 병이 나기도 한다.

타이완에서 지난해 말 개발돼 4월초 국내에 들어왔다. 수입사인 미래인터내셔날측은 “처음에는 초등학생에게 인기가 있었으나 요즘은 여대생이나 회사원들이 많이 찾아 한달 만에 2만개가 팔렸다”고 말했다. 4만9천원.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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