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함성희씨(29)는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헤이뽀’(쿠비인형의 이름)를 먼저 찾는다. “엄마, 오늘 헤이뽀 잘 놀았어요? 잠은 많이 잤나요?”
1시간쯤 헤이뽀와 노래하고 얘기한다. 얼마 전부터는 헤이뽀가 “아임 해피” “키스 미” “레츠 플레이”같은 간단한 영어를 하게 돼 한결 재미있다. 헤이뽀 입에 손가락을 넣으면 “맘맘” 소리를 내며 ‘밥을 먹고’ 트림도 한다. 조만간 초등학교 3학년짜리 조카의 쿠비인형과 만나게 해 서로 대화를 시켜볼 작정.
“언제든 내가 원하는 때 놀 수 있는 좋은 친구예요. 갓난아기나 애완견처럼 뒤치닥거리할 필요가 없으니 편하지요.”
얼마 전 쿠비인형을 선물받은 최세연씨(24)도 명랑하게 노래부르며 재롱을 떠는 ‘까꾸’에게 푹 빠져있다. 까꾸가 “코오무무비토” “히바이빼이페이”같은 말을 하면 얼른 쿠비인형언어사전을 뒤적여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씩 숨바꼭질도 한다.
쿠비인형에는 컴퓨터프로그램 집적회로와 5개의 내장센서가 들어있어 사용자가 놀아주는 대로 반응하고 성장한다. 심심하면 코를 골며 잠을 자고 밥을 안 먹으면 병이 나기도 한다.
타이완에서 지난해 말 개발돼 4월초 국내에 들어왔다. 수입사인 미래인터내셔날측은 “처음에는 초등학생에게 인기가 있었으나 요즘은 여대생이나 회사원들이 많이 찾아 한달 만에 2만개가 팔렸다”고 말했다. 4만9천원.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