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뱀 제비 벚꽃 매화 등 계절을 알리는 ‘지표생물’들이 예년보다 한달 가량 빨리 나타나거나 한꺼번에 출현하는가 하면 철새가 텃새로 변하는 등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계절지표 가운데 하나인 제비는 평년보다 29일이나 빠른 3월9일 제주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개구리는 3월18일(전주), 매화는 2월1일(제주)로 평년보다 각각 28일과 38일이 빨랐다.
최근엔 서울 여의도의 한 아파트에서 천연기념물 323호인 황조롱이 알이 평년보다 열흘 가량 일찍 부화하는 등 조류의 번식시기가 대부분 빨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곤충들의 출현시기도 빨라졌다. 서울등 대도시와 근교지역엔 5월말경 나타나곤했던 모기떼가 지난달말부터 출현,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서울 양천보건소 진철용(陳喆庸)방제팀장은 “예년의 경우 6월경에야 방역소독을 실시했지만 올해는 4월 하순부터 소독을 해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한반도의 기온이 평년에 비해 크게 올랐기 때문.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13.7도로 평년보다 2.9도 높았으며 올1월 기온도 영하0.8도로 평년보다 2.6도나 높았다.
문제는 이상고온현상에 따라 동식물의 서식형태가 멋대로 변하고 생태계의 먹이사슬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점.
봄꽃들이 한달 이상 일찍 피면서 분봉시기를 놓친 양봉 농가의 벌떼가 최근 도심에 자주 출몰하고 있다. 지난달18일 서울 강남구 일원본동의 한 단독주택 처마 밑에 수만마리의 벌떼가 몰려들어 소방대원들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3일 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과 답십리동의 주택가에도 벌떼가 출몰했다.
서울대 환경계획학과 이도원(李道元)교수는 “생태계 혼란이 확대될 경우 피해는 결국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인간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성철·윤상호·박윤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