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저당채권 法미비 발행지연… 일반저당 인정안돼

  • 입력 1999년 5월 3일 19시 49분


서민들의 내집 마련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됐던 주택저당채권유동화(MBS)제도가 관련법 미비 등 때문에 올해 말에야 시행될 전망이다. 정부는 현실 여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 행정을 일삼는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가장 큰 문제점은 법 정비 미비.

MBS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이 주택대출을 하면서 받아둔 담보채권을 되팔 수 있는지 여부지만 현행 법 체계에선 은행이 받아둔 담보채권이 대부분 근저당 형태로 돼 있어 유통이 거의 불가능하다.

MBS가 되기 위해선 근저당을 유통이 가능한 일반저당으로 인정해주는 법 근거가 필요한데도 정부가 지난해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과 ‘주택저당채권유동화 회사법’을 만들면서 이를 반영하지 않았던 것. 올 정기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는 등 준비를 하면 MBS 상품은 빨라야 연말경에나 선보이게 됐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현행 법 체계에서도 주택대출을 받은 채무자의 동의를 받아 근저당 형태 그대로 하거나 일반저당으로 바꿔서 유통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채무자에게 일일이 전환 여부를 동의해 줄 것을 묻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따르고 근저당을 일반저당으로 전환할 때 생기는 비용이 적잖기 때문. 윤부찬(尹富讚) 용인 송담대 교수는 “채무자들이 채권 전환을 동의할 가능성이 많지 않다”며 “법을 개정해 특례 규정을 만드는 게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관계자는 “인원선발 조직정비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6월말 MBS중개회사 출범은 쉽지 않다”고 실토하고 있다.

회사 전산시스템 개발도 회사가 출범한 7월 이후에나 가능하며 MBS 관련 상품 개발에도 최소한 3∼4개월이 걸리므로 MBS상품이 시장에 선보이는 것은 연말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업계 관계자는 “건교부가 올해 업무 보고에서 ‘MBS를 가동해 주택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발표하고도 이런 문제를 남겨둔 것은 직무유기인 셈”이라고 비난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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