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6일. 오전 미수(未受·외상거래)로 LG증권 1천2백20주를 주당 2만7천원에 매수. 오후 1시반 상한가(2만9천50원)에 전량매도.’
K씨(29)의 주식매매일지 중 한 대목. 증권사에 1천만원을 맡겨놓고 그 3.3배까지 살 수 있는 미수 주문을 냈고 상한가로 오른뒤 팔아치운 것. 두시간여만에 2백50만1천원(수수료 공제전)을 벌었다.
“재수가 좋았던 거지요. 잃는 날도 있어요.”
K씨는 주식투자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專業)트레이더. 하루에도 수차례 사고 파는 단타(短打)에 나선다. 이른바 데이 트레이더(Day trader)다. 다니던 종금사가 작년에 망해버려 이젠 혼자서 증시를 뛰고 있다. 얼마나 벌기에 생계유지가 가능할까.
“현재 굴리는 돈은 3천5백만원이고 그중 1천5백만원은 중장기적인 투자 종목에 묻어뒀습니다.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총 3천만원가량을 벌었습니다. 처음에 2천만원으로 주식을 시작했으니 5개월에 1백50%를 번 셈이지요. 주가상승기엔 웬만하면 돈을 벌지만 하락기엔 어떻게 될지 겁이 납니다.”
매매주문은 한달에 8억원,하루 4천만원꼴. 단기운용자금 2천만원을 하루 두바퀴 굴리는 셈이다. 증권사에서는 1억원 주문에 20만원가량을 리베이트 형식으로 준다. 그런 부수입이 한달에 1백60만원.
K씨의 ‘근무’시간은 시장이 열리는 오전9시부터 오후3시까지. 장이 마감하면 장세와 종목 분석에 매달린다. 그러다보니 잠은 하루 5시간.
현재 국내에서 PC를 통해 투자하는 온라인 투자자들은 30만명선. 대우증권 등 6대 증권사의 온라인 거래량은 3월에 6조4천억원을 넘었다. 세종증권 등 소형증권사까지 합치면 총 거래량 중 온라인 거래비중이 10%(약 7조5천억원)에 달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온라인 트레이딩 열기 속에서 K씨와 같은 전업 트레이더가 생겨나 이젠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증권업계에선 추정한다. 데이 트레이딩이 늘어난 것은 97년5월부터 PC를 이용한 온라인 트레이딩이 시작되면서부터. 집에서도 주가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고 매매주문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가의 변동폭이 넓어져 하루에 사고팔아도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 주가 하루 변동폭은 97년까지만 해도 ±8%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2월부터는 ±15%로 넓어져 하한가로 떨어졌다가 상한가로 오르면 하루 최대 30%의 수익도 가능하다. 게다가 홈트레이딩 주식거래 수수료율이 일반거래의 절반인 0.25%로 낮아져 초단기매매 부담이 줄었다.
증권사들은 데이 트레이더들을 위해 실시간으로 ‘돈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 대신증권의 경우 거래량 급증종목, 특정 증권사를 통해서 집중적으로 대규모 거래되는 종목 등 ‘작전성 종목’을 안내해준다. 또 선물거래의 경우 투자자가 목표 수익률이나 손해율을 정해 입력해두면 선물가격이 그 수준에 도달했을때 컴퓨터가 자동으로 매매주문을 내주기도 한다.
“하루종일 깜빡이는 모니터에 몰두하다보면 비디오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대형블루칩의 경우 현물과 선물가격차를 지켜보다가 프로그램매도가 쏟아져나오기 직전에 팝니다. 매도주문을 내기 위해 엔터키를 누를 땐 마치 비디오게임의 미사일 발사키를 누르는 느낌이에요.”
K씨의 설명. 이같은 데이 트레이더의 매매행태는 주식시장 내부의 자금이동속도를 급속히 높이고 있다. 대한투신의 한 펀드매니저는 “올들어 투자하려는 종목에 1천주미만의 소량 주문이 초단위로 수십개씩 쏟아져나오는 경우가 잦아졌다”며 “처음엔 작전세력이 아닌가 의심했지만 알고보니 ‘세력이 붙는다’고 소문난 종목에 주문을 낸 데이 트레이더들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온라인 트레이딩 이용자 5백60만명 가운데 약 20만명 정도가 전업 데이 트레이더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들이 작전세력화돼 인터넷 관련기업의 주가를 과도하게 올리고 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미국 증권당국은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잠정결론을 내렸다는 것.
〈이용재기자〉y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