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소설에서 보기 드문 무당 2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눈길을 끈다. 무당이란 원래 하늘의 점지에 한「들린」사람.
C.G.융의 원형이론을 공부한 저자는 「인간에게는 인간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운명같은 것이 주어진다」고 보며, 나름대로 운명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주인공 이름 「오디」는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다. 일단 뽕나무 열매 「오디」, 또 북구 신화에서 신(神)중의 신인 오딘, 그는 지혜를 얻기 위해 자신의 눈알을 인신공희로 바친다. 오디나무는 신화에 나오는 우주목(宇宙木) 이그드라실.
주인공 「유오디」는 오디나무 밑에서 혼전관계를 통해 운명적으로 태어난다. 오디의 태몽은 「장군봉 장군당안에 목마가 애꾸눈 여자아이를 주고간 것」. 생후 7년간은 유복하게 자라나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는 무당이 되어 집안은 풍비박살난다. 오디는 박사과정 준비중에 리포트 글씨가 거꾸로 나타나기도 하고, 가끔 무의식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찾아간 무당 아홀로 부터 『피할 수 없어! 찰랑찰랑 다 돼가는데, 자꾸 피하면 신병만 깊어져 몸주를 알아 모셔라』는 말을 듣고, 그를 신어머니로 모시고 수련한다. 아홀에게서 구을(丘乙)이라는 도명(道名)을 받은 무녀(巫女) 오디의 삶은 17년 동안의 세월을 견뎌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이러한 대략의 줄거리는 우리의 삶이 우리의식 차원에서는 전혀 간파되지 않고 있으나 무의식의 차원에서는 이미 예정된 길을 쫓아가게 된다는 것. 이 작품은 무당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으면서도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고통을 보편적 삶의 과정에서 제시한 점이 돋보인다.
또 이 작품은 이성적인 것이 진실에 도달하는 유일한 방법이고, 신화의 상징이나 무속의 신관(神觀) 같은 것은 논리적이지 못한 원시적 사고의 「분비물」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명상의 물맛」을 맛보게 해주고 싶은 저자의 갈망이 담겨있다.
문학평론가 김치수교수(이화여대)는 『작가 자신이 무의식의 세계나 초능력의 세계에 대한 이론적인 성찰을 거친 결과 이루어진 것』이라며 『메마른 가지만 앙상하게 뻗어난 나무가 아니라 촉촉한 잎이 우거진 풍성한 나무처럼 생명력과 무한한 상상력을 가진 작품』이라고 평한다.
작가 이재실씨는 서울에서 출생, 이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현재 부산외대 불어과교수로 재직중이다. 작가는 20세기 인문학에 중대한 기여를 한 종교사학자 M.엘리아데의 「종교사 개론」 「이미지와 상징」 「대장장이와 연금술사」등의 책을 번역했다.
김진호<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jin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