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화두는 환경. 20세기 말의 경험은 지구 환경을 무시한 경제적 효율성이 더 이상 미래의 지배적 담론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어떻게 지구와 더불어 살 것인가, 이것이 다음 세기의 과제다.
독일의 환경정책이론을 만들어가는 부퍼탈연구소 에른스트 울리히 폰 바이체커 소장은 최근 발간한 이 책에서 이 과제의 해결방안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방안은 ‘생태 효율적인 삶과 노동에 대한 비전’이라는 부제에 압축돼 있다. 지금까지의 경제효율성을 생태효율성으로 대체하자는 것.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우리가 가야할 길은 ‘순환경제의 건설’이라고 제시한다.
새로운 상품의 개발과정에서 미리 마지막 폐기물의 처리과정까지를 고려하고, 에너지 저소비상품을 개발하며, 환경세를 도입하는 한편 주택을 생태학적으로 개량하는 것 등을 실천방안으로 제안한다. 독일 전체 소비전력의 11%에 이르는, 사용하지 않은 채 켜두고 있는 전자제품들로 인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것이 미래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내년 6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엑스포2000 사업의 하나로 독일의 명문 캄프스출판사가 발간한 ‘엑스포 2000 시리즈’의 제4권. 저자를 비롯해 사회학자 울리히 벡 등이 비판적인 안목으로 21세기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했다.
독자들이 저자의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환경중시를 행동의 원칙으로’ ‘상품의 수명 연장’ 등 열 두 가지 테제로 책 내용을 정리한 것이 돋보인다. 또 전지구적 차원으로 사고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라틴아메리카 수도권의 비계획적 팽창’ 등 개발도상국에서 보내온 기고문을 나란히 실은 것도 특징이다.
박진희<독 베를린공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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