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뒷얘기]에밀레 종소리 들을수 없을까?

  • 입력 1999년 5월 11일 19시 45분


긴 여운, 그윽한 아름다움. 신비의 종소리로 유명한 국보29호 성덕대왕신종. 일명 에밀레종.

그러나 지금은 그 종소리를 들을 수 없다. 92년부터 성덕대왕신종의 타종을 중단했기 때문. 771년 제작된지 1천2백여년이란 세월이 흘러 타종을 계속할 경우 종이 훼손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타종 중단 이후 종을 쳐야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과연 국립 경주박물관에 보관된 성덕대왕신종을 쳐야할 것인가, 말 것인가.

타종 찬성측의 주장. “종은 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종은 소리가 날 때 존재 의미가 있다. 정기적으로 타종할 때 종은 오히려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타종 반대측의 주장. “종은 종소리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화적 역사적 가치와 외관상의 미학적인 가치도 중요하다. 타종은 분명 종의 균열을 가져온다. 지금 괜찮다고 해서 종을 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금이 가고 나서야 타종을 중단하겠다는 말인가.”

실제로 국보36호 상원사(강원 평창)종도 오랜 타종으로 인해 균열이 생겨 타종을 중단한 상태다.

95년부터 성덕대왕신종에 대한 안전진단을 벌여온 경주박물관은 곧 성덕대왕신종 종합보고서를 펴낼 계획. 그러나 타종 여부를 결정하려면 좀더 치밀한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첨단과학을 동원했음에도 아직 종의 어느 부분이 약하고 어느 부분이 괜찮은지를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현재로서는 ‘타종 불가’인 셈이다.

일본의 경우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종은 거의 타종하지 않는다. 실내에 전시하거나 유리보호막을 설치한 종도 적지 않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이 규슈(九州)의 아마기(甘木)향토자료관에 있는 종. 이 종은 고려시대때 제작돼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종이다.

이 종의 몸체엔 센서가 부착돼 관람객이 다가가면 녹음된 종소리가 울려 퍼지도록 돼 있다. 종의 실물과 종소리 모두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셈. 물론 이것이 정답일 수는 없다. 하지만 하나의 아이디어는 되지 않을까.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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