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결혼한 일본인 아내, 그리고 전쟁과 피란. 그의 고난은 이렇게 험악했다. 그가 전쟁의 칼날을 피해 제주의 풍광 속으로 가족을 이끌고 들어갔을 때 거센 눈보라는 일진광풍으로 그들의 걸음마저 잔인하게 방해했다.
그러나 제주의 시릴 듯한 바다에서도 그는 가족과 함께라면 행복할 수 있었다. 1951년은 그랬다. 그러나 전쟁은 끝내 가족마저 찢어 놓았다. 아내는 아들 둘을 데리고 대한해협을 건너갔다. 이중섭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피처럼 쏟아내며 오열했다. 이 그림처럼 배를 타고 대한해협을 건너서 꿈에도 그리던 가족과의 상봉을 동화처럼 아름답고 절절한 사랑으로 엽서에 토해냈다.
김춘수는 ‘서귀포에는 바다가 없다./아내가 두고 간/부러진 두 팔과 멍든 발톱과/바람아 네가 있을 뿐’(‘이중섭’중)이라며 이중섭의 통절한 심정을 대변했다.
조용훈(청주교육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