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다이제스트]정찬著「황금 사다리」

  • 입력 1999년 5월 14일 19시 08분


■정 찬 지음「황금 사다리」자유포럼 281쪽 7,500원 ■

《저자는 83년 중편 ‘말의 탑’으로 등단한 소설가. 95년 단편 ‘슬픔의 노래’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인간은 왜 권력을 향해 끝없는 욕망의 손짓을 보내는가. 사랑은 권력욕과 어떻게 맞서고 어떻게 그것을 허물어뜨리는가.

한일 근대사의 명암을 배경으로 고문기술 사제(師弟)인 두 주인공의 굴곡진 삶을 그린 장편소설. 앞서 발표된 중편 ‘얼음의 집’을 확대 개작한 작품이다.

1인칭 화자 ‘나’는 관동대지진의 무차별 조선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뒤 특별한 자의식을 갖게 된다. 살아남았기에 자신은 ‘선택받은 자’라는 것.

선택된 인간답게 그는 마음속 깊숙이 도사린 권력욕의 황홀을 맛보려 하고, 결국 천황 암살을 꿈꾼다. 그러나 시도도 하기 전에 발각돼 고문기술자 하야시 앞에 내동댕이쳐진다.

뜻밖에 그를 자신의 제자로 삼는 하야시. 그의내면에자리한욕망이 고문이라는수단을얻어불꽃처럼 타오를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소설은 작가가 창조한 인물과 역사의 실존인물을 교차시키면서 흥미를 더한다. 모든 주인공이 권력과 사랑의 상호작용 속에서 제각기 다른 존재양식을 보인다. 권력욕의 정점에 자리한 상징물은 바로 ‘천황’이다.

“천황의 내면은, 박해받은 자의 살과 뼈로 이루어진 그 내면은 어떠할 것인가? 그 내면은 깨끗하다.하늘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완전한 고문자의 모습이 천황이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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