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 한다.
世上事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都市에서 십년을 가차이 살아본 나로선
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댄다.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번만 기분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되니라〉
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시집 ‘참깨를 털면서’(창작과 비평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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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 후 감자를 캘 때도 그랬던 것 같다. 한 번 삶아먹을 것만 캐면 되는데 줄기를 잡아당기면 촉촉한 흙 속에 주렁주렁 딸려나오는 게 재미있어서 힘든 줄도 모르고 한나절을 꼬박 감자밭에서 산 적도 있었는데…. 언제나 너무 많이 캐곤 하던 그 감자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신경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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