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代 조선기행문 「요해편」국내 첫 발견

  • 입력 1999년 5월 18일 19시 25분


중국 명대의 대표적인 조선 기행문으로 평가받는 ‘요해편’(遼海篇·상하권·목판본·1469)이 국내에 남아 있는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명지대와 LG연암문고는 최근 한 소장가로부터 이 고문서를 입수해 18일 공개했다.

요해편은 지금까지 중국 베이징도서관에 한 부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다른 문헌에는 이름만 거론됐을 뿐 실체는 거의 확인되지 않은 상태.

요해편은 중국 명나라 관료겸 문인 예겸(倪謙·1415∼1479)의 기행문 시집. 1450년 명나라 사절로 조선을 방문했을 때의 기행문과 그 때 만났던 조선의 문인 예술가들에 대한 인상 및 평가, 조선 문인들이 예겸에게 써준 헌시(獻詩), 그리고 이 책의 편찬을 위해 조선 문인들이 써 준 서문 등을 담고 있다. 이것을 그의 아들이 모아 1469년 편찬했다. 이 책을 발굴한 LG연암문고의 박태근연구위원(한중관계사)은 “요해편은 조선시대때 중국에서 나온 한중 시집으로는 가장 시대가 앞선 것”이며 “조선초 한중 문화교류의 양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예겸이 조선에서 주로 만난 사람은 정인지(1396∼1478) 성삼문(1418∼1456) 신숙주(1417∼1475) 안평대군(1418∼1453) 등. 예겸은 그들의 글솜씨를 이 책에서 격찬했다.

이 책은 또 △중국인이 조선 문인들의 시를 수록했다는 점 △중국인이 조선인에게 서문을 청해 실었다는 점 등에서 당시 조선 문사들의 시문(詩文) 실력이 중국을 능가할 정도로 탁월했으며 중국도 이를 높이 평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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