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生業(생업)이 없어도 사람이 지녀야 할 착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無恒産而有恒心者·무항산이유항심자)은 오직 뜻있는 선비에게만 가능한 일입니다(惟士爲能·유사위능). 일반 백성들은 일정한 생업이 없으면 따라서 사람이 지녀야 할 착한 마음도 없어집니다(若民則無恒産 因無恒心·약민즉무항산 인무항심). 사람이 지녀야 할 착한 마음이 없어지게 되면 방탕하고 편벽되고 간사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등 모든 악을 저지르게 됩니다. 그들이 죄를 범하게 된 뒤에 법으로 그들을 처벌한다는 것은 곧 백성을 그물질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떻게 어진 사람이 임금의 자리에 있으면서 백성들을 그물질해서 잡는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현명한 임금은 백성들의 생업을 마련해 줌으로써 위로는 부모를 섬기고 아래로는 처자를 양육하게 하며 풍년에는 배불리 먹고 흉년이 들더라도 죽음을 면하도록 해주고 그렇게 한 뒤에 그들이 착한 길로 가도록 이끌어 줍니다. 그렇게 하면 백성들은 저항없이 따라오게 됩니다.”
이것이 일정하게 먹고 살 만한 생업이 없으면 사람이 지니고 있어야 할 안정된 착한 마음이 없어진다는 無恒産無恒心이란 말이 생긴 유래인데 ‘孟子’ 梁惠王上篇(양혜왕상편)에 있는 이야기다.
衣食足而知禮節(의식족이지예절)이란 말도 있다. 춥고 배고픔의 근심이 없고 생활이 풍족해야 비로소 사람은 예절을 안다는 뜻으로 ‘管子(관자)’牧民篇(목민편)에 있는 말이다. 관자는 管鮑之交(관포지교)로 유명한 管仲(관중)의 경칭이자 그가 지은 책이름이기도 하다.
위에 든 교훈적인 말들은 북쪽의 김정일에게만 들려줄 것이 아니다. 경제가 조금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주위의 실업자가 생업을 얻었다는 소식은 별로 들리지 않는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배고픈 자와 생업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이 먹고 살 방책을 마련해 주는 게 急先務(급선무)란 걸 알아야 한다. 政爭(정쟁)이 밥 먹여 주지는 않는다.
김담구(전 동아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