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까지 서울 공평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실경산수와 진경정신’전을 보더라도 ‘진경’이 ‘실경’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권기윤 문봉선 이호신 3인의 실경산수화로 꾸민 이 전시회는 그 내용에서 새롭다 할 만한 점이 없다. ‘진경정신’이라는 전시명칭으로는 무언가 새로운 점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모으지만 실제로는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여느 산수화전이나 마찬가지였다.
세 사람 개개인의 작업에서도 이렇다할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더우기 이들이 한국화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하는 중견임을 감안할 때 싱겁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변함없는 ‘실경’을 ‘진경’으로 포장한데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수묵산수화 전시회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진경’을 통해 중국산수화를 벗어나고자하는 의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독자적인 형식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 아무리 ‘진경’을 외쳐도 소용없다. 정선을 ‘진경산수’의 효시로 떠받드는 것은 한국의 산세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정확히 파악, 독자적인 형식을 만들었다는데 있다. 조형적으로 독자적인 형식을 갖춘 집이 있어야만 ‘진경정신’이 기거할 수 있는 것이다.
신항섭(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