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중년여인의 동성애를 다룬 새 장편소설 ‘스푸트니크의 연인’(고단샤)을 놓고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하루키 작품의 저작권 에이전시를 맡고 있는 북 포스트 박준영실장은 “12, 13곳이 출간을 희망했고 밝힐 수는 없지만 이미 출판사가 결정돼 6월중 한국판이 발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그간 국내에서 하루키 책을 가장 많이 출간해온 열림원과 문학사상사가 탈락한 것. 양측이 제시한 선인세만도 3만달러인 것으로 알려져 출판가에서는 “도대체 판권을 딴 출판사가 얼마를 써넣은 것이냐”며 억측이 구구하다.
북 포스트 박실장은 계약금에 대해 노코멘트. 그러나 “선인세 액수가 결정의 최우선 조건은 아니었다. 계약요청서를 낸 순서, 출판사의 신뢰도 등이 다각도로 검토됐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거액의 선인세를 지불할 경우 책을 얼마나 팔아야 타산이 맞을까. 책값을 권당 7천원으로 상정하고 통상 인세율 6%를 적용하면 책 한권의 인세는 4백20원. 선인세로 3만달러(약 3천6백만원)만 줘도 10만권 가까이 팔아야 겨우 선인세를 보전할 수 있는 셈이다. 하루키 책중 근래 가장 많이 팔린 ‘렉싱턴의 유령’의 부수는 약 5만5천.
불황이라는 출판시장에서 ‘하루키’란 이름만 믿고 벌인 도박일까. 아니면 다른 계산이 있는 것일까.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