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이성시著「동아시아의 왕권과 교역」

  • 입력 1999년 5월 21일 19시 28분


한국 고대사를 연구하는 재일교포 사학자 이성시교수(와세다대)가 쓴 ‘동아시아의 왕권과 교역’. 8∼9세기 신라와 일본, 발해간의 동아시아 3국의 경제교류를 통해 각국의 정치와 외교관계를 밝힌 책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대사를 당과 일본의 문물교류만을 위주로 파악하며 신라와 발해의 역할을 왜곡시킨 일본 근대사학의 의도적 오류를 밝힌 책”이라고 역자 김창석씨는 소개한다. 그는 지난해 10월 전쟁기념관에서 ‘발해전’을 기획할 당시 이 책을 읽고 많은 도움을 받아 번역에 나섰다.

이 책은 일본 황실의 보물을 보관하고 있는 창고 정창원(正倉院)에서 발견된 신라의 양모제품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교역물품에 꿰매어 붙인 ‘전첩포기(氈貼布記)’라는 문서의 해독을 통해 신라와 일본의 교류가 단지 경제적 교류가 아니라 신라가 발해를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이뤄졌음을 밝힌다.

8세기 신라―일본, 발해―일본 사이의 교역은 통상을 목적으로 했다는 기존의 시각과는 달리 신라는 발해를 견제하고, 발해는 국제적 고립 상황을 타개하고 말갈 부족을 통제하기 위한 정치 군사적 목적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서술했다.

일국사(一國史)를 넘어 동아시아 세계라는 큰 틀 속에서 고대사를 분석한 점이 색다른 시각.

고문서 자료를 통해 추리소설 형식으로 흥미롭게 서술해 읽기에도 편하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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