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인간의 주체이자 세계를 형성하는 재료. 정신은 몸을 통해서만 세계와 연결될 수 있다”(프랑스 현상학자 메를로 퐁티).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의 핵심으로 떠오른 ‘몸’. 이 책은 그 몸에 대한 사회철학적 고찰을 담고 있다.
미국 모라비언대 정치학교수인 저자는 서양 철학의 근대적 유산에 대한 철저한 비판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그 유산의 뿌리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외친 데카르트의 이성(理性)중심주의. 서양 근대주의(모더니즘)철학의 주류였던 이성은 늘 감성이나 육체보다 우위에 있고 있어야 했다. 이성 중심의 모더니즘은 자본주의와 맞물리면서 자연(환경)보다 인간을, 여성보다 남성을, 제삼세계보다 서양을 우위에 두는 이원론적 세계관으로 이어졌다.
이에 반기를 든 것이 포스트모더니즘(탈근대주의). 이성 인간 남성 서양중심주의의 전복이자 억압당해온 감성 몸 자연환경 여성 제삼세계의 복권 선언이다. 이중에서도 인간 실존의 출발점인 몸이 가장 핵심적이다.
탈근대시대, 복권된 몸은 궁극적으로 이 시대의 두 축인 여성, 환경과 만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몸에서 출발, 페미니즘(여성주의)과 에콜로지(생태학)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것이 다름아닌 에코페미니즘(여성생태학)이다. 저자는 또한 몸과 자연을 존중했던 동양철학과의 행복한 만남도 타진해본다. 그럴 때 남과 여,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같은 저자의 견해는 단호하다.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은 동서양 철학을 넘나드는 저자의 해박함. 그러나 몸 여성 환경이 만나 에코페미니즘으로 귀착되는 과정이 좀더 구체적이고 치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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