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마흔 세살의 주부입니다.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이 있습니다. 외동딸이라서 버릇이 나빠질까봐 어릴 때부터 가정교육을 엄하게 했습니다. 다행히 딸아이는 지금껏 큰 말썽 없이 착하게 자랐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저와 딸 사이가 소원해졌습니다.
이유는 딸아이의 친구 때문입니다. 학교에서도 모범생으로 칭찬받던 딸아이가 어느 날 친구를 데려왔습니다. 그 아이는 한쪽 귀에 귀고리를 하고 옷차림도 불량해 보이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어떤 날은 밤 늦은 시간에 우리 집을 찾아왔는데 나가보니 가출한 듯한 차림이었어요. 그 때마다 딸아이를 따로 불러 주의를 줬습니다.
선생님을 통해 알아보니 그 아이는 부모가 사이가 안좋고 가출이 잦다고 합니다. 저는 딸아이에게 그 친구를 만나지 말라고 여러 차례 간곡히 타일렀습니다. 그럴 때마다 딸은 마음은 착한 애라며 저보고 사람의 겉 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요즘은 그 문제로 딸과 자주 다툽니다. 며칠 전에는 저에게 소리까지 지르며 밖에 나가서 밤 늦게 들어왔고요.
너무 속상해서 그 아이와 계속 사귀면 전학을 보내겠다고까지 했습니다. 그 이후 딸은 제게 한 마디의 말도 걸지 않습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서울에서 한 주부)
★답장
누구나 경험하지만 ‘우정’이 그 무엇보다 소중할 때입니다. 부모나 가족보다 친구집단에 애착을 가질 나이죠. 바로 그런 때 아이의 가장 예민한 부분에 상처를 주면 오래 가지 않을까요?
우선 저는 딸이 소중한 만큼 그 친구한테 먼저 관심을 가져보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무작정 못만나게 하고 엄마가 반기지 않으면 오히려 밖에서 만나는 시간이 많아질테고, 그렇게 되면 점점 딸과 엄마 사이에 비밀만 늘어날 뿐입니다. 엄마에 대한 불만도 싹트겠죠. 딸이 정말 좋아하는 친구라면 우선 딸을 믿어줍시다. 그리고 어떤 면에 호감을 느끼게 된 것인지, 집으로 초대해서 함께 대화를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딸에게 주는 사랑을 그 아이에게도 쏟아보세요.
그리고 가정이라는 곳이, 가족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친구가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이 때 자존심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시고요. 딸의 친구가 자기 부모님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들어주시고 같은 부모 입장에서 설명도 해 주시면 신뢰감을 갖게 될 겁니다. 그 또래에서는 친구같은 엄마를 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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