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산책]明心寶鑑(명심보감)

  • 입력 1999년 5월 25일 19시 30분


천자문에 이어 童蒙先習(동몽선습)을 뗀 學童(학동)들은 다음 단계로 童蒙須知(동몽수지) 혹은 明心寶鑑(명심보감)으로 들어가기 일쑤였다. 물론 옛날 書堂(서당)에서 그랬다는 이야기다. 어린이들의 학습교재였던 만큼 비교적 쉬운 한문문장으로 되어 있어 지금도 한문공부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교과서로 활용할 만하다. 明心寶鑑이란 마음을 밝히는 보배로운 거울이란 뜻.

子曰(자왈) 爲善者(위선자)는 天(천)이 報之以福(보지이복)하고 爲不善者(위불선자)는 天이 報之以禍(보지이화)니라(공자 가로되 착한 일을 하는 자는 하늘이 복으로써 갚아주고 착하지 못한 짓을 하는 자는 하늘이 화로써 갚느니라).

책의 맨 앞장 繼善篇(계선편)첫머리에 나오는 말이다. 다음은 이렇게 이어진다.

漢昭烈(한소열)이 將終(장종)에 勅後主曰(칙후주왈) 勿以善小而不爲(물이선소이불위)하고 勿以惡小而爲之(물이악소이위지)하라(촉한의 소열황제〈유비·유비〉가 장차 임종하려 하면서 후계자 〈아들 劉禪·유선〉에게 조칙을 내려 말했다. 착한 것이 작다고 해서 하지 않지 말고 악이 작다고 하더라도 이를 하지 말라).

명심보감은 繼善篇 다음에 天命(천명) 順命(순명) 孝行(효행) 正己(정기) 安分(안분) 存心(존심) 戒性(계성) 勤學(근학) 訓子(훈자) 省心(성심) 立敎(입교) 治政(치정) 治家(치가) 安義(안의) 遵禮(준례) 言語(언어) 交友(교우) 婦行篇(부행편) 등으로 이어지면서 공자를 비롯한 聖賢(성현)들의 金言(금언)을 모아놓았다.

이 책은 흔히 高麗末(고려말) 秋適(추적)이 엮은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근자에 대두한 明(명)나라 초기 인물인 范立本(범립본)의 작품이라는 설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當官之法(당관지법)이 唯有三事(유유삼사)하니 曰淸曰愼曰勤(왈청왈신왈근)이라. 知此三者(지차삼자)면 則知所以持身矣(즉지소이지신의)니라.’(관직을 맡아 지켜야 할 법이 오직 세가지 있으니 청렴과 신중과 근면이라. 이 세가지를 알면 몸가질 바를 알 것이니라.)

治政篇에 있는 이 말은 새로 된 장관들도 참고할 만할 터.

김담구(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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