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자전적 구도소설’이라는 부제 그대로 ‘법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도(道)’를 추구한 내용. 판사생활의 애환이나 법조계 내부의 모순을 고발하는 내용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글 내용에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다.
불교와 기독교를 넘나들며 ‘진리’를 갈구하는 의대생과 법대생이 철학적 고뇌를 하는 모습을 담았다. 젊은날 문판사의 분신들인 셈이다. 그는 15년 동안의 판사생활에도 불구하고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믿음에 변함이 없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평화입니다. 그래서 민사재판 때는 가능한 한 당사자들이 화해를 이루도록 유도하고 형사재판에서는 유무죄를 가리는 것보다 재판 당사자가 자신이 그릇된 인생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려고 애씁니다.”
이러한 믿음과 자세를 소설에 담았다. 문단데뷔 경력은 없으나 잠재해 있던 문학청년적 기질을 발휘해 첫소설을 낸 것.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판사’와 ‘구도하는 판사’의 이미지는 쉽게 겹쳐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 둘이 하나다.
“산 속에서 수도하는 것 못지 않게 불행한 사람들을 매일 만나 그들의 짐을 덜어주는 것은 값진 일입니다. 이런 점에서 법관이라는 직업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