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은 세계적으로 혁명의 시기였다. 그 맨앞엔 프랑스 학생혁명이 있었다. 국가중심의 권위와 모순을 타개하고 시민중심의 민주주의를 쟁취하려 했던 젊은이들의 외침.
혁명은 프랑스로 그치지 않았다. 멕시코에선 이를 지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그 뿐만 아니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아르헨티나 등지에서도 기존의 권위에 도전하는 학생운동이 일어났다.
체코의 ‘프라하의 봄’, 폴란드의 자유노조운동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에선 마르틴 루터 킹의 암살을 계기로 인권 정의를 쟁취하기 위한 학생운동이 봇물처럼 터져나와 70년 반전(反戰) 인종해방 시위로 이어졌다. 전세계를 뒤덮은 혁명의 불길이었다. 이러한 ‘68혁명’은 전후(戰後) 탈권위 민주주의를 추구했던 신좌파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다.
미국의 정치사회학자가 쓴 ‘신좌파의 상상력’은 68혁명에 관한 고전. 프랑스와 미국 등 전세계 68혁명의 풍부한 사례를 통해 그 문화적 정신적 연관성과 역사적 의미를 매력적인 시각으로 탐색하고 있다. 관련 서적이 거의 없는 우리 학계에도 반가운 책이다.
그런데 왜 신좌파의 ‘상상력’인가. 이 대목에 저자의 빼어난 통찰력이 숨어있다. 저자는 독일의 문예비평가인 헤르베르트 마르쿠제의 ‘에로스’ 개념을 빌려 68혁명을 분석한다. 마르쿠제의 에로스는 ‘해방을 향한 본능적 욕구, 혹은 그것에 대한 자각’. 성(性)본능을 뛰어넘는 삶의 총체적 본능이다.
저자는 먼저 프랑스 학생시위에 나타났던 새로운 모습에 주목한다. ‘더 많이 혁명할수록 더 많이 사랑을 즐긴다’‘모든 권력을 상상력에게로’라는 시위대 구호, 멋진 의상을 차려입은 시위군중, 시위현장에서 격렬한 키스를 나누는 남녀…. 이것은 혁명의 이념과 일상의 만남이다. 68혁명은 아름답고 미학적인 것, 정치이념과 일상문화가 만날 수 있다는 것, 로고스와 에로스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 즉 투쟁이 삶이 되고 예술이 되었던 것이 68혁명의 참모습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삶의 총체적 본능을 에로스로 보았던 마르쿠제의 시선과 그대로 통한다.
정치적 저항(반전 흑인해방 여성해방)과 문화적 저항(히피문화)을 동시에 보여준 미국의 학생운동도 마찬가지. 68혁명의 이같은 특징은 신좌파의 문화적 상상력의 덕분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로 인해 68혁명은 물질을 뛰어넘어 정신과 문화, 인간의 총체적 에너지를 위한 투쟁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었다. 또한 탈권위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발점으로 평가받는 것도 이러한 까닭에서다. 당시 시대상에 관한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과 관심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 진정한 혁명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혁명의 미학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