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공공정책을 위한 미국기업연구소, 1999)▼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북한정책조정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 핵을 둘러싼 미북 협상이 어떻게 매듭지어질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꼭 읽혀질 가치를 지닌 책이 출판됐다. 우선 지은이부터 흥미를 끈다. 그는 20년에 걸쳐 국무부와 국방부를 비롯한 미국의 외교 안보 분야의 정부기관에서 주로 북한을 전문적으로 다룬 뒤 워싱턴 D.C 에 있는 ‘공공정책을 위한 미국기업연구소’에서 2년에 걸쳐 북한의 협상전략을 사례별로 연구하고 나서 이 책을 출판한 것이다.
이 책의 특징으로 최소한 두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판문점에서의 북한과의 회담기록들을 비롯해 북한의 대외협상과 관련된 미국 정부의 여러 기관들이 갖고 있는 자료들을 거의 모두 찾아내 충실히 활용했다는 점이다. 우리 말로 쓰여진 기록들도 거의 모두 활용했다.
둘째, 51년에 시작된 휴전회담으로부터 시작해 68년의 푸에블로호 송환회담과 76년의 도끼만행사건 회담을 거쳐 94년의 제네바회담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오늘날에도 진행되는 4자회담과 미·북회담에 이르기까지 북한을 상대로 미국이 벌였던 크고 작은 모든 협상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이 점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북한의 협상전략에 대한 최초의 종합적 연구서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이 책의 결론들은 매우 교훈적이다. 첫째, 이 책은 북한의 협상이 언제나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얻은 때도 있었고 얻지 못한 때도 있었다. 이것은 “북한은 협상을 잘 한다”는, 북한의 협상력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과대평가를 깨뜨리고 있다. 이로써 이 책은 북한과의 협상에 임하는 사람들에게 미리 심리적으로 주눅 들 필요가 없음을 강조한다.
둘째, 이 책은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북한에 확신시켰을때 북한은 예외없이 물러섰다고 주장한다. 76년의 도끼만행사건 때 김일성(金日成)이 직접 유감의 뜻을 표시했던 경우가 그러한 사례들 가운데 하나였다.
세째, 이 책은 북한이 협상의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시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은 ‘자주’국가이며 남한은 ‘괴뢰’국가임을 국제적으로 선전함으로써 남한을 격하시키는 데 역점을 두기 때문에 선전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협상을 장기화한다는 것이다.
김학준<동아일보 논설고문·인천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