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유행했던 책 제목 식으로 묻자. ‘우리 미술에 꼭 있어야 할 두 세가지 것들’은 뭘까? 나라면 우리 미술계는 시민의식, 패기, 그리고 ‘말빨’이 약하다고 돌려 답하겠다. 반면에 사적 욕심, 눈치, 그리고 ‘이빨’은 세다. 노래가사를 바꾸어 “없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있을 건 없답니다”고 한다면 지나치게 시니컬하게 들릴까? 어쨌든 있어야 할 세 가지 덕목을 다 갖춘 한국미술의 지성을 찾기란 상당히 힘들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다.
어렵게 발견한 그 지성은 ‘민중미술, 모더니즘, 시각문화―새로운 현대를 위한 성찰’의 저자 성완경이다.
그 “계몽주의자적 젊은 오빠는 깡패의 언사로 시작한다”(저자 서문 중). 제1부 ‘민중미술의 시각’은 한국현대미술의 산적한 문제들에 대한 폭로와 그에 맞서는 ‘건설적’ 대안에 관한 모색을 보여준다. ‘깡패적’ 활력 못지 않게 끈질긴 민완형사 같은 태도와 견실한 건축가적 관점도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제2부에서는 식민지 지식인의 입장에서 서구현대미술을 수용하는 계몽의 방법들을 추적한다. 예쁘고 우아하고 부드러운 외제만 편식하는 한국미술의 식습관이 얼마나 이 땅의 미술문화를 ‘빈티나게’ 만들었는지 보다 분명해진다. 마지막 장에서 ‘젊은 오빠’ 성완경이 등장한다. 그는 사진 애니메이션 만화 등의 시각매체들을 미술의 언어로 끌어들이고, 공공미술과 벽화를 통해 미술의 소유를 확대시키면서 젊음의 사회적 가치를 몸소 실천한다.
한국미술 특유의 ‘압축성장’이 불러온 한계, 그 치명적인 결여로서의 근대성을 저자는 이처럼 매만지고 잡아 늘이고 휘젓는다. 그러다가 슬쩍 우리를 보고 말한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현대를 위한 각자의 성찰을 시작하라고.
백지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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