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의 양지 쪽에 옮겨 놓은 유리 상자 속에서 거북들은 물을 빠져 나와 네다리를 쫙 펴고, 머리를 쑥 빼고 앉아 해바라기를 한다. 두눈을 스르르 감고.
“엄마, 청거북이 멸치도 먹어!”
어항 속으로 멸치를 넣어주었던 형은 돼지고기도 주어 보았다. 그리고 형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거북이 돼지고기도 먹는다는 걸. 형은 수족관에서 사온 먹이 봉지에 적힌 글도 자세히 읽어보고 ‘백과사전’도 펼쳐보는 눈치였다. 나의 호들갑은 그만 맥없이 잠잠해지고 말았다….
이사 온 날. 전에 살던 주인이 놓아두고 간 청거북이 두마리. 좁은 어항속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청거북이는 얼어붙은 형의 마음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살아있는 것은 한번도 그려보지 않을 정도로 내성적이던 형. 군대가기 전날, 형은 거북이 두마리가 힘차게 땅을 딛고 걸어나올 듯한 세밀화를 그렸다.
청거북이처럼 쑥쑥 커가는 형제애와 가족사랑을 담았다. 동화작가 강정규씨의 창작동화 모음집.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선정하는 제20회 한국어린이도서상 저작부문 수상작이다. 이 책에는 엉뚱하고도 천진한 행동들로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조씨네 가족 이야기 ‘아빠와 함께 춤을’, 어려운 형편의 소녀에게 콩팥을 나눠 주어 사랑을 몸소 실천한 엄마의 이야기인 ‘촛불’ 등 12편의 단편동화가 실려있다. 초등학교 전학년 용.
한국어린이도서상은 이외에도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에 ‘거인 쿠크의 키재기’(한국듀이), 기획 편집부문에 ‘21세기 웅진학습 백과사전’(웅진출판)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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