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이광표/제목이 튀어야 책이 잘팔린다?

  • 입력 1999년 5월 28일 19시 45분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바다),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개마고원)…. 최근 서점가의 화제작들이다. 화끈한 내용도 내용이지만 재기발랄하고 도발적인 제목이 인기의 숨겨진 비결이다.

제목이 썰렁하면 책이 잘 팔리지 않는 현실. 그러나 내용은 뒷전이고 선정적인 제목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두번만 읽으면 끝나는 영어독해’(도솔), ‘나는 1억으로 석달만에 17억을 벌었다’(중앙M&B)의 경우. 제목처럼 되리라고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오늘의책),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푸른숲)와 같은 최루성 제목의 시집도 문제다.

인문예술서 ‘서구인들도 감탄한 한국의 에로스 문화’(우석). 깊이가 없다. 우리의 에로스를 서양인의 흥미거리 정도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는 제목은 아닌지. 한때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이레)가 베스트셀러에 오르자 이를 흉내낸 ‘…가지’류가 쏟아져나온 바 있다. 지금도 여전하다.

내용 없는 선정적인 제목. 결국 책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독자가 떠나지 않을까.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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