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리뷰]유키 구라모토 피아노연주

  • 입력 1999년 5월 30일 18시 09분


마음을 편하게 하는 음악에 갈채가 쏟아졌다.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유키 구라모토(倉本裕基)피아노 연주회.(그는 서양식으로 이름을 먼저 쓰고 성을 나중에 쓴다)

구라모토는 이른바 ‘뉴 에이지’계열에 속하는 피아니스트. 자신이 밝히고 있듯 클래식 재즈 샹송 등 현대에 접할 수 있는 온갖 음악적 감수성이 그의 음악에 녹아 있다. 그러나 그의 음악에는 지나칠 만큼 변화가 없었다. 왼손은 정형화된 분산화음을 반복했다. 화음 선택과 진행, 사용한 음역(音域), 중복시키는 음표의 수(數)도 단순했다.

작품마다 ‘향수’ ‘여명’ 등 제목이 붙어 있지만 대개의 경우 제목을 바꾸어 달아도 어색함이 없을 만큼 작품들의 악상도 비슷했다.

미국의 예술심리학자 루돌프 아른하임은 ‘예술과 엔트로피’에서 ‘기존의 정보틀에 새로운 정보를 더하는 것’이 예술작품에 가치를 부여한다고 주장했다. 구라모토의 음악에 새로운 음악적 정보는 없는 것 아닌가.

그러나 새로운 것이 없다해도 그의 음악의 흡인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연습하다 지겨우면 구라모토의 곡을 쳐요. 내가 상상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피아노전공 예고생)

청중 대부분은 학생층이었고 연주회를 찾은 경험이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연주 시작 20분 전 예비종이 울리자 대부분 놀라며 입장했으며 공연이 끝나자 팝 콘서트처럼 열렬히 환호하기도 했다.

공연 전후 로비에서는 구라모토의 악보집이 많이 팔려나갔다. 많은 청중들이 집에서 직접 피아노를 치며 그의 콘서트에서 가졌던 경험을 반추할 것으로 보였다. ‘진지한 음악’의 작곡가 중 몇 명이나 이런 ‘행복’을 누릴까.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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