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향기]이성복 「비단길 1」

  • 입력 1999년 6월 1일 21시 45분


깊은 내륙에 먼 바다가 밀려오듯이

그렇게 당신은 내게 오셨습니다

깊은 밤 찾아온 낯선 꿈이 가듯이

그렇게 당신은 떠나가셨습니다

어느 날 몹시 파랑치던 물결이 멎고

그 아래 돋아난

고요한 나무 그림자처럼

당신을 닮은 그리움이 생겨났습니다

다시 바람 불고 물결 몹시 파랑쳐도

여간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시집‘그 여름의 끝’(문학과 지성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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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든 사이, 비바람에 떨어져 흩날린 아카시아 꽃잎들이 유리창에 하얗게 붙어있다. 지난 밤, 집 없는 영혼이 내 안으로 들어오려다 들어오려다 못 들어오고 거기 하얗게 머물러 있는 것 같다. 혹, 당신일까? 무심코 이마를 가져다 대 본다. 차갑다. 어디에 있더라도 한 번쯤은 깊은 잠을 자길, 한 번쯤은 따뜻하길.신경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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