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세 가지 원망의 대상이 있는데 대부께서는 그걸 아시는지요.”
“그게 무엇입니까.”
되묻는 손숙오에게 노인은 말해주었다.
“신분이 높은 사람에 대해서 세상 사람들은 猜忌(시기)의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중요한 벼슬 자리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임금이 이를 미워합니다. 또 祿(녹)을 많이 받는 사람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를 원망합니다.”
손숙오는 다시 물었다.
“신분이 높아질수록 저의 뜻은 더욱 낮추고 벼슬이 올라갈수록 저의 마음은 더욱 적게 가지며 녹이 많아질수록 제가 베푸는 것을 더욱 넓게 한다면 세가지 원망을 면할 수 있겠군요.”
그런 뒤 상당한 세월이 흘렀다. 손숙오는 병이 들어 죽음을 앞두고 그의 아들에게 훈계의 말을 남겼다.
“임금께서 자주 나에게 봉토를 주려고 하셨지만(王○封我矣·왕기봉아의)나는 받지 않았다(吾不受也·오불수야). 내가 죽게 되면(爲我死·위아사)임금께서 곧 너에게 땅을 봉해주려 하실텐데(王則封汝·왕즉봉여)너는 절대로 이로운 땅을 받지 말아라(汝必無受利地·여필무수리지). 초나라와 월나라 사이에(楚越之間·초월지간)침구라는 곳이 있는데(有寢丘者·유침구자) 이 땅은 이롭지도 않은데다(此地不利·차지불리) 명성도 대단히 나쁘다(而名甚惡·이명심악). 오래도록 차지할 수 있는 곳은(可長有者·가장유자) 오로지 이곳뿐이다(唯此也·유차야).”
손숙오가 죽자 임금은 과연 아주 좋은 땅을 아들에게 봉해주려 했다. 손숙오의 아들은 그 땅을 사양하고 침구지방을 달라고 했다. 그곳을 받은 손숙오의 자손들은 오래도록 거기서 잘 살았다고 한다.
‘列子(열자)’에 나오는 이 이야기에서 狐丘之戒란 말이 생겼는데 높은 공직자들은 귀담아 들을 만 하겠다.
신분과 지위가 높다고 해서 사람들은 우러러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 가족도 마찬가지. 지금이 어느 때인데 값비싼 옷이네, 밍크코트 타령인가. 서양에도 ‘노블리스 오블리제(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덕상의 의무)’란 말이 있다.
김 담 구(전 동아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