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뚝 아래
호숫가에서
고요의
피아노 소리가
지금도 들리다가 그친다
사이를 두었다가
먼 사이를 두었다가
뜸북이던
뜸부기 소리도
지금도 들리다가 그친다
나는 나에게 말한다
죽으면 먼저 그곳으로 가라고.
―‘김종삼전집’(청하)에서
-----------------------------------------------
오래 잊고 있었던 김종삼 시편들을 읽어보는 새벽. 시인인 그가 다시 시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오고가는 이 새벽에 문득 자책이 든다. 오래 그를 잊고 있는 사이 나는 그 반대편으로 너무 멀리 나와버렸구나, 그랬구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지. 내가 죽으면 맨 먼저 가게 될 거기, 그 마음으로.
신경숙(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