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람은 모두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거나 사회에서 프랑스어와 ‘인연’을 맺었던 주부들.
“삶에 활력이 느껴져요. 프랑스문학에 심취했던 꿈 많던 학창시절 생각도 나고요.”
그룹에 참여한 김빈화씨(32)도 “대학 때 다 읽은 책인데도 지금 다시 읽어보니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들 모두 결혼 후 아이들 키우랴, 가사를 돌보랴 바빠 프랑스어 책은 들여다 볼 엄두도 못냈다는 것. 그런 와중에서도 가끔은 누구라도 붙잡고 전공과 관련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그래서 이 모임이 만들어졌다. 취지는 꼭 공부한다기 보다는 무디어만 가는 프랑스어에 대한 감각을 되살리자는 것.
생 텍쥐베리의 ‘어린왕자’에 이어 요즘은 프랑스어 성경을 읽는 중. 그룹장 김선아씨(37)는 “모두들 프랑스어의 매력을 새롭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문학을 전공한 3명과 달리 김중필씨(34)는 외교관인 남편의 임지(프랑스어권인 코트 디 브와르)에서 프랑스어를 배운 경우. “귀국한지 3년이 지나니 프랑스어를 많이 잊어버려 이 그룹에 참여했다”고 설명.
책읽기 모임은 미리 읽어 발표내용을 준비한 뒤 모임에 나와 주제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첫 모임 때는 발음조차 엉성했는데 모임이 거듭될수록 책 읽는 속도도 빨라지고 토론도 활발해졌다.
이 도서관에는 이밖에도 영어회화 영어에세이 일어(중급) 세계사 한국사 모임과 ‘지식의 세계’ 등 다양한 주부모임이 수시로 열리고 있다. 도서관 회원 주부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강사 없이 참가자들의 발제와 토론으로 진행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모든 모임의 공통.
주부들의 에너지 분출창구가 다양화하고 있다. ‘공부’라고 할 경우 취미로 영어 정도 배우던 수준에서 ‘전공’을 나눠 함께 공부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행복한 왕자’ 도서관 심금숙관장(42)의 말. “대부분의 참가 주부들은 386세대(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로 무엇이든 적극적인 분들이에요. 이 모임들은 가족에 얽매여 관심을 두지 못했던 일상의 울타리 밖 세상을 넘겨다 보는 창 입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