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서울 동숭아트센터에서 알몸으로 천장에 매달렸다. 공중에서 낙태반대를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한 것. 당시만 해도 여성의 알몸 퍼포먼스가 드물던 시절이라 이는 큰 반향을 불러왔다.
94년 ‘여성, 그 다름과 힘’전에서는 자신의 알몸에 쇠사슬을 감고 차력사처럼 힘을 주어 끊어 보이는 퍼포먼스를 했다. 여성을 둘러싼 사회적 억압을 분쇄한다는 의미.
그가 99베니스비엔날레에 참가한다. 그것도 본전시와 한국관전시에 동시에 작품을 내놓는다.
이불이 이렇게 동시초청된 이유는 여성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이번 전시회의 성격과 큰 연관이 있다. 또 본전시 작가를 선정한 해럴드 제만이 97년 광주비엔날레에도 커미셔너로 방한, 국내작가 중 이불의 작품을 눈여겨 본 결과이기도 하다.
이불은 87년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신예작가.데뷰 초기부터 인간의 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신체를 직접 움직이며 표현하는 퍼포먼스에 빠져든 것.
그후 그는 일관되게 ‘여성의 몸’을 보여주는 활동을 했다.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의 시각,거기에는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만바라보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이번 본전시에 ‘사이보그’와 ‘장엄한 광채’라는 두 작품을 출품했다. ‘사이보그’는 여성을 닮은 로봇모양. 그러나 한쪽 팔 다리가 없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불완전하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과학에 대한 맹신을 경고하는 것이지요. 또 이렇듯 과학이 발달해도 여성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기형적이라는 뜻도 있고요.”
‘장엄한 광채’는 살아있는 생선 비늘에 바늘로 실을 꿰어 구슬과 각종 장식품을 매단 작품. 자연에 대한 인간의 폭력성을 상징. 생선은 전시된채 죽어간다.
그는 국가관 전시에는 ‘아마추어’라는 비디오작품을 전시한다. 순진한 소녀들이 카메라를 던지며 깔깔대는 모습이다. 전시관 안에 노래방을 설치해 관객이 노래를 부르며 비디오의 배경화면으로 나오는 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 카메라는 여성의 몸을 상품화해온 남성의 시각을 상징한다. 기존의 남성중심주의 시각을 조롱하는 내용.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