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가 아무리 격렬한 감정을 담고 그렸어도 그림 자체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노상균은 이것을 물 속의 물고기가 뻐끔거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물고기와 그림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94년 미국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뒤 붓 대신 플라스틱 조각을 택했다. 물고기 비늘을 닮은 반짝이는 플라스틱 조각으로 그림을 만들어가기 시작한 것.
이번에도 그는 플라스틱 조각으로 만든 불상 ‘숭배자들을 위하여’를 전시한다. 불상은 기존의 성스러운 권위를 상징한다. 성스러운 대상을 값싼 재료로 만들어 기존의 권위체계를 뒤집어 보려는 시도. 또 벽 전체에 반짝이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로 여러 겹의 동심원을 만든 ‘전체를 위한 구멍’도 전시한다.
“새로운 천년을 맞아 역사의 모든 것이 빨려들어가 새롭게 태어나는 느낌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