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태어나 최초로 접하는 물질은 태아를 감싸는 무명천이다. 평생을 천을 두르고 살고 죽을 때도 천으로 감싸져 땅에 묻힌다.”
그는 한복 천조각을 이어붙인 섬유작품으로 출발했다. 처음엔 옛 식탁보처럼 여러 천조각을 이어붙인 작품을 만들었으나 이후 천조각을 한데 모아 색색의 보따리를 꾸리는 작업을 했다.
관혼상제 등 삶의 중요한 대목들에서도 각각 상징적인 예복을 입는다. 그에게 옷과 천은 삶의 시작과 끝, 그리고 내용이다. 그리고 그것을 한데 모아 묶은 보따리는 삶의 총체성을 뜻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천조각을 담은 보따리로 가득 채워진 트럭을 출품했다. 자신의 삶을 싣고 정체성을 찾아 정처없이 떠나는 인생역정을 표현한 것.김씨는 홍익대 서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92년 제11회 석남미술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