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탄생이 땀흘리는 곳,
어디로인지 떠나기 위하여 모든 인간들이 몸부림치는
영원히 눈먼 항구.
알타미라 동굴처럼 거대한 사원의 폐허처럼
굳어진 죽은 바다처럼 여자들은 누워 있다.
새들의 고향은 거기.
모래바람 부는 여자들의 내부엔
새들이 최초의 알을 까고 나온 탄생의 껍질과
죽음의 잔해가 탄피처럼 가득 쌓여 있다.
모든 것들이 태어나고 또 죽기 위해선
그 폐허의 사원과 굳어진 죽은 바다를 거쳐야만 한다.
―시집 ‘즐거운 일기’(문학과 지성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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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왜 이렇게 고독한 것일까. 모든 것의 처음과 끝을 다 껴안고 있으면서도 온전히 지탱할 곳이 없는 고독한 존재. 최초의 알을 까고 날아간 새들은 죽을 때에야 돌아오겠지. 그 처음과 끝 사이에 도사린 고독이 운명지워진 여성이라는 존재… 사원같은 바다같은 무한하고 가엾은 결국은 무덤인!
신경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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