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과
김시인은 4월초 자신의 시집 ‘스.타.카.토.내 영혼’의 원고를 넘겼다. 그러나 5월 중순 문학동네는 “시집 발간을 1년 연기하겠다. 기다릴 수 없다면 원고를 반려하겠다”고 통보했다. 시집출간 계약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김시인은 원고를 회수했고 이후 번역 등 문학동네와의 모든 계약을 파기했다.
문학동네 강태형사장은 “사장과 편집주간이 발행에 동의했으나 최종결정권을 가진 편집동인회의가 출간할 수 없다고 결정해 반려했다”고 말했다. 문학동네의 편집동인은 문학평론가 남진우 신수정씨, 황종연(동국대) 유보선(군산대) 서영채(한신대)교수다. 그러나 김시인은 “원고가 전달되기 전인 3월경 편집위원들이 시집 출간에 관한 건을 다 검토해 출간하기로 결론을 냈다. 최근 감정이 나빠지자 이를 번복했다”고 밝혔다.
★반려의 진짜 이유?
문학동네는 미발간된 김시인의 시집을 시리즈 ‘포에지2000’에 실으려 했으나 △중견시인들의 절판된 첫 시집만 재발간한다는 편집원칙과 달랐고 △“시인이 젊은 시절에 쓴 미숙한 원고를 묶은 것으로 새삼스레 출간해야 할 만큼의 가치가 없다”는 편집위원회의 검토결과가 나와 원고를 반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시인은 “밝힐 수 없는 문학동네의 한 유력인사로부터 ‘당신이 우리한테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에 책을 내줄 수 없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문학동네와 김정란
양자는 한때 밀월관계였다. 김시인은 문학동네 최대베스트셀러인 ‘람세스’의 변역자이자 주요 단행본 시리즈인 ‘신화상징총서’의 기획자였다. 그러나 최근 김시인은 문학동네와 문학동네 주요 작가들에게 비판적인 칼럼들을 게재, 문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강사장은 “칼럼으로 비판한 것을 문제삼은 건 아니다. 김시인이 사석에서 문학동네를 비난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편집위원들의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시인은 “문학동네에서 책을 내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다른 작가에게 권유할 수도 있지 않은가. 나도 문학동네측이 내게 한 험담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시인은 지난달 김대중대통령이 청와대로 초청한 8인의 젊은 문화인 중 한 사람이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