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 입력 1999년 6월 9일 13시 51분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홍세화 지음 한겨레신문사 펴냄 319쪽 7,500원▼

파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그는 그리던 고국을 파리北역에서 기차로 출발해 벨기에와 독일 폴란드를 거쳐 모스크바를 중간거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만주벌판 북녘땅을 지나며 서울로 오고싶어 했다. 그의 거의 유일한 소원이었을 게다.

20년을 꼬박 파리에서 원치않은 `망명`생활을 하다 이제 그가 한국에 온다. 그를 기다리는 그가 제일 좋아하는 젊은이들과의 토론을 위하여, 애타게 그리는 지인들을 만나기위해. 그러나 그가 가장 보고싶은 것은 조국의 산과 들일 것이다. 무엇보다 공기일 것이다.

그는 왜 파리에서 택시를 몰면서 생계를 꾸려가야 했던가. 시대의 아픔은 어떤 개인들에게는 엄청난 시련을 요구하기도 한다.

79년 남민전사건. 그때의 전사시인 김남주도 가고, 지금의 젊은 친구들은 까마득히 옛일로 기억조차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왠지 홍, 세, 화, 이름 석자를 들으면 마음의 부담이 된다. 빚진 것같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고, 단지 `군화발 정치가`들의 헛된 욕망이 빚은, 분단된 조국의 비극이 낳은 아픔이겠지만.

그러나 그가 최근 몇년사이에 조국에 보내온 `글발`들을 보라. 2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중후한` 청년의 모습이다. `택시운전사`가 이른바 베스트셀러가 되어 30만부가 팔려나가 난생처음 목돈을 만져봤다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그것때문에 게을러졌다고 부끄러워 하는 `순진한` 파리지앵.`똘레랑스`를 몸에 익힌 50대 신사.

그가 이번엔 문화비평에세이집을 펴냈다.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느낌이 심상치않다. 그는 이 책에서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상식과 공정한 논리가 통하지 않은 한국 사회와 문화풍토에 조그맣게라도 `경종`을 울리고 싶어하는 그의 순백한 마음씀씀이에 사뭇 감동받을 일이다. 누구를 미워하고 조국을 원망하지 않는 것은 그의 천성인듯 하다.

여전히 따뜻한 시선으로 조국을 바라보며 젊은 벗들에게 희망을 주고, 조국의 품에 영원히 안기게 될 날이 빨리 왔으면 싶다.

최영록<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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