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성지 금강산에 울려퍼진 통일의 목탁소리. 우리 불교 대표단의 금강산 순례가 분단 이후 처음으로 2∼5일 금강산 신계사 터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고산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가 마련한 ‘민족의 화합과 나눔을 위한 불교도 금강산 순례’.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 등 각 불교종단 소속 스님과 신도 1,100여명이 참가했다.
이번 금강산 순례를 통해 민족 화해와 통일을 기원하고 남북 불교 교류의 시발점으로 삼기 위한 것. 아울러 각 종단의 이해관계를 넘어 불교계의 화합을 도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금강산 순례의 절정은 3일 오전 외금강 신계사터에서 거행된 통일 기원 법회. 신계사는 현재 석탑과 주춧돌만 남아 있지만 조계종 초대 종정 효봉스님이출가해우리불교계의 성지로 여겨지고 있는 절이다.
스님 신도 등 4백여명이 참석한 이날 법회는 탑돌이를 시작으로 △반야심경 봉독 △고산스님 인사말 △성초 진각종 통리원장의 발원문 낭독 순으로 약 30분간 진행됐다. 스님들은 탑 주위를 돌며 민족의 통일을 염원했다.
고산스님이 “멀고 먼 뱃길일지라도, 혹은 거친 산 틈에 난 작은 길이라도 우리 민족에게 이르는 길이 있다면 그 길 좁다하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가야 한다”고 말하자 스님과 신도 모두는 숙연해지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분단 이후 북한 불교문화유적지에서의 첫 법회였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금강산〓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