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독서]「희망의 밭을 일구는 사람들」

  • 입력 1999년 6월 11일 19시 36분


▼「희망의 밭을 일구는 사람들」안철환 지음 마가을 277쪽 8500원 ▼

교통체증과 만원버스에 시달리더라도 하루도 빠질 수 없는 출퇴근길, 상하관계 속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하는 직장생활, 술과 담배에 찌드는 일과 후의 또다른 일….

이 책은 로봇처럼 정신없이 살아가는 도시의 삶을 과감히 버리고 시골로 떠난 용감한 사람들의 귀농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진정 사람답게 사는 소박한 행복을 위해 물질적 풍요와 명예에 대한 욕망을 훌훌 털어버리고 스스로 고된 노동과 경제적 궁핍을 찾아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다.

“직접 농사를 지어보라. 자신이 씨뿌려 새싹이 돋고 작물이 자라 맛있는 음식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인지…. 일이 끝나면 어느새 등뒤로 저녁노을이 지고 평화로움과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신비롭기만 한 생명의 기운을 흠뻑 마시며 저녁 연기가 피어오르는 집으로 향하는 길…. 피곤과 술에 찌든 도시의 퇴근길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전국 귀농운동본부의 출판기획실장인 저자가 지난 1년여 동안 낡은 승용차로 강원 인제의 깊은 산골에서 전남 벌교에 이르기까지 귀농해서 땀흘리며 신나게 사는 열다섯 가족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이 책에 담았다.

인제군 진동리 내린천에서 자연에 파묻혀 그림을 그리며 농사짓고 사는 최용건화백, 유기농사로 도농(都農)연대활동을 하고 있는 인천 강화도의 김정택목사, 서울에서 증권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전북 순창읍에서 학원을 경영하며 본격귀농을 준비하고 있는 김판섭 김주연씨 부부 등.

귀농생활이 낭만적인 전원생활만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 또한 이 책의 장점. 도시에서 가졌던 욕심을 그대로 간직한 채 귀농을 쉽게 결정했다가는 도시에서보다도 더 큰 좌절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귀농자들의 입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일년 동안은 낙오자가 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가라앉는 꿈을 꾸며 가위에 눌리곤 했지요. 오랜 도시생활이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었던 거지요. 농촌에서 살려면 그에 맞는 가치관이 필요합니다.”(김주연씨)

이 책은 또 각 장의 말미와 책 마지막 부분에 △유기농법 △도시로 출퇴근하며 시골에서 농사짓는 법 △특용작물 재배법 △농지 구입요령 △영농자금 활용법 등 각종 실용정보도 수록, 귀농생활 안내서로서 손색이 없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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