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나「성숙한 絃」으로 다가오다…20일부터 내한 독주회

  • 입력 1999년 6월 13일 19시 53분


아직도 그를 ‘신동’으로 부를 수 있을까. 첼리스트 장한나. 94년 제5회 로스트로포비치 국제 첼로콩쿠르 1등의 낭보를 알려왔던 꼬마는 이제 16살의 성숙한 소녀로 훌쩍 변신했다.

외모만이 아니다. 그는 이제 세계무대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한국의 대표적 ‘문화상품’으로 자리매김한다. 그 화려한 변신을 오는 이달말부터 내달까지 국내에서 갖는 첫독주회에서 선보인다.

◆세계무대 위상

여러 지표가 장한나의 위상을 보여준다. 먼저 그가 가진 상업적 가치. 장한나는 세계 최대의 클래식 음반레이블(상표)인 EMI사에서 ‘현역’으로 첼로음악 음반을 내놓고 있는 유일한 첼리스트다.

EMI와의 전속관계는 그의 장래를 약속하는 보증수표와 다름없는 일. 음반사가 연주가를 키워내 팬들의 뇌리에 입력시키기 까지는 녹음에서 판매 홍보에 이르는 수많은 전략이 필요하다. 막대한 금액이 투자된 연주가들과의 끈끈한 관계는 쉽게 단절되지 않는다.

◆후견인

현역 최고의 첼리스트인 로스트로포비치 마이스키 등이 줄줄이 한나의 후견인을 자청하며 포진하고 있다. 로스트로포비치는 한나의 첫 협주곡 음반에서 지휘를 맡으며 그의 연주를 뒷받침했다. 최근엔 바이올리니스트 출신 지휘자 로린 마젤이 ‘후견인단’에 가세했다.

◆신동찾기

음악계 ‘신동찾기’전략이 그를 키웠다는 지적도 많다. 한계에 달한 클래식음반 업계가 ‘귀여운 연주가’에 기댄다는 것. “음악신동을 찾아내는 일은 이제 음반업계의 중요한 생존전략이다.” 줄리어드 음대 예비학교 교장 앤드루 토머스는 말한다.그러나 마이스키는 10살의 장한나가 연주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듣자마자 ‘성숙한 어른의 연주와 차이가 없다. 흠잡을 곳이 없다’며 경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자

한나가 첼로계에서 유독 두드러진 스타라는 사실도 특이하다. 바이올린계에는 장영주 미도리 벤게로프 샤함 등 10대 후반∼20대 초반 스타가 줄줄이 포진하고 있다. 그러나 첼리스트라면 데카사에서 갓 음반을 내놓기 시작한 한국계 다니엘 리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뿐이다.

◆연주 장단점

“장한나의 연주에서는 유려하게 뽑혀나오는 아름다운 음색이 단연 돋보입니다. 첼로에서 스케일감과 예쁜 소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음악 칼럼니스트 이재준의 평.

그러나 장한나의 기본기는 인정하지만, 아직 그의 예술성이 확고부동하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가가 꼼꼼하게 연필로 지시한 악보를 사용, 그 스승의 스타일대로 연주한다면 아직 자기 고유의 예술이라고 평할 수 없죠.” 음반평론가 박진용은 말한다. 로스트로포비치 등의 훈육에서 영향받은 ‘반듯함’에서 벗어나 고유한 색깔을 찾기 시작하는 지금부터가 장한나의 ‘장기흥행’에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는 음악계의 의견이다.

◆국내 공연

장한나는 20일부터 7월4일까지 전국 순회 연주회를 갖는다. 그동안 외국 교향악단의 내한 연주회에 협연자로 출연했을뿐, 고국의 독주회 무대에 서기는 처음. 20일 오후7시반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을 시작으로 22일 대전, 25일 대구, 27일 전주, 29일 광주, 7월2일 부산, 7월4일 다시 서울 연주회로 이어진다.

마이스키의 반주자로 잘 알려진 다리아 오보라가 피아노 반주를 맡는다. 02―368―1515(MBC 사업부)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