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이명석씨 만화카페 열어…동호인과 작품해부

  • 입력 1999년 6월 13일 19시 53분


“검객만화에서 ‘칼’은 힘에 대한 인간의 욕망입니다. ‘드래곤 볼’같은 80년대 만화는 ‘힘’을 얻기 위한 준비과정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그러나 90년대 만화에서는 힘을 얻게 된 이후에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주로 그리고 있습니다.”

만화평론가 이명석씨(30)의 진지한 만화 강의 내용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TUBE’. 이곳은 카페라는 공간에서 음반 책 비디오 게임 등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 매월 네째주 일요일 오후 2시에 이곳에서 열리는 ‘행복한 일요일의 만화카페’는 이씨가 주관하는 모임. 이씨는 ‘일본문화 편력기’의 저자.

차한잔을 마시며 둥그렇게 자리에 앉은 젊은이들은 모두 15명. 20대 대학생 직장인이 대부분. 군데군데 고등학생 재수생도 있다. 이날의 대화 주제는 ‘만화와 칼’. 일본의 검객만화 ‘무한의 주인’과 한국만화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놓고 흥미로운 대화가 이어졌다.

“경제성장 시대의 만화 주인공의 목표는 싸우고 승리하는 것이었죠. 그러나 성장이 정점에 이르자 반성하게 됩니다. 검객만화의 주인공들은 과연 상대방을 죽이면서까지 ‘이겨야한다’는 명제에 대해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4월25일 ‘행복한…’의 첫모임 때는 이씨의 ‘일본 만화 질투하기’강의와 ‘일본만화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번달 27일에는 90년대 데뷔한 젊은 여성만화가 유시진의 ‘마니’란 작품을 놓고 ‘판타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참석자 이영훈씨(23·한림대 철학과)는 “만화학원에서 작화법을 공부하면서 만화에 대한 보다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만화카페는 이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웹사이트 ‘마나마나’(http://www.manamana.kr.net)에서도 진행된다. 02―3472―1718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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