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제비꽃에 벗은 완두콩.
그에게는 아무짝에 소용없는 것.
그럼그럼 딸길 살까 바나날 살까?
아니면 익살맞은 쥐덫을 살까?
그를 위해 무얼 살까 둘러보았죠.
한 쾌의 말린 뱀, 목에 늘인 할아범.
아아아아 재밌어 이걸 사줄까?
뽀골뽀골 미꾸라지 시든 오렌지
아니면 특제실크덤핑넥타이.
아아아아 재밌어 이걸 사줄까?
복작복작 밀리며 걷는 내 손엔
한 쪽엔 아이스크림 한쪽엔 풍선
농담처럼 절뚝절뚝 뛰는 지게꾼.
그 뒤를 바싹 쫓아 빠져나왔죠.
주머니에 뭐가 있나 맞춰보아요.
바로바로 올림픽 복권이어요.
만약에 첫째로 뽑힌다면은
아아아아 재밌어 너무 재밌어
풍선처럼 그이는 푸우 웃겠죠.
―시집 ‘새들은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문학과 지성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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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붓는 것 같이 기분이 언짢을 때면 일부러 찾아읽는 시. 이 시인의 이 발랄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와 저기를 마음껏 넘나드는 이 자유와 이 상상력은? 시를 따라 시장 안을 종종걸음치다 보면 어느덧 내게 안겨지는 웃음이라는 선물. 푸우!
신경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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