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식탁 안전한가]허술한 수입식품 관리

  • 입력 1999년 6월 15일 19시 16분


다이옥신 돼지고기 파동은 농약콩나물 우지라면 고름우유사건을 거치면서도 식품 안전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해결되기는 커녕 오히려 수입 개방화로 인해 식탁이 국적불명의 식품들에 점령된 가운데 검증되지 않은 식품들에 대한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유전자변형농산물(GMO)과 방사선조사(照射)식품 등 신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식품들. GMO란 해충이나 제초제에 잘 견디는 특성을 갖도록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기존 농작물의 유전자에 삽입시킨 농산물이다.

GMO 개발과 수출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에서 시판되고 있는 GMO는 콩 옥수수 감자 토마토 등 39개 품목에 이른다. 미국에서 많은 농산물을 수입하는 우리 나라의 국민도 상당량의 GMO를 먹고 있다.

GMO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여부와 소비자의 알 권리에 관한 것.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73년 유전공학 기술이 개발된 이래 일부 부작용 사례가 제기됐으나 모두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부작용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아무런 표기없이 유통되는 탓에 소비자들이 무슨 식품인지도 모른 채 먹고 있다는 사실.

감마선을 약하게 쪼여 해충을 죽이거나 멸균시킨 방사선조사식품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현재 40개국에서 230여종의 식품에 방사선을 쪼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감자 양파 인삼제품 등 18개 품목에 방사선조사를 허가하고 있다.

미국은 O―157균과 리스테리아균 등을 살균하기 위해 냉장 냉동 육류에까지 방사선조사를 허용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육류의 수입을 거부하는 국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물밀듯이 들어오는 수입식품이나 신기술을 이용한 식품에 대한 관리체제는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벨기에산 다이옥신 돼지고기 파동에서 나타난 가장 큰 문제로는 식품 행정 당국의 정보 부재와 허술한 검역과정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벨기에 정부가 오염 사실을 알려주기 전에는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국민의 식생활을 외국 정부의 ‘양심’에 맡기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문제의 제품에 대한 유통경로 파악이나 수거체제 등 대책 마련이 늦어 이미 상당량이 소비되고 말았다.

외국의 경우 수입식품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사전 사후 관리는 철저하게 하되 통관은 쉽게’ 하는 것이다. 실례로 미국은 국산 배를 수입하기 이전에 검사원을 파견해 농약살포 여부 등을 면밀히 감시한다. 검사원 파견 비용은 수출업자가 부담한다.

일본은 남해안 청정해역에서 나오는 활어를 수입하기 이전에 이 지역의 수질을 수시로 검사한다. 식품을 수출하는 지역에 농무관이나 검사원을 파견해 현지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보건 당국의 중요한 임무.

그러나 통관절차는 간단하다. 서류만 제출하면 그냥 통과된다. 사전에 문제식품의 정보가 축적돼 있기 때문에 신선도가 생명인 식품 통관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대신에 문제가 있는 제품이 들어온다는 정보가 있으면 통관 과정에서 철저한 검사로 걸러낸다.

한국의 경우 선진국의 검역 체제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식약청에 따르면 98년 수입식품의 부적합 판정률은 97년의 0.7%보다 떨어진 0.5%. 선진국의 경우 검사대상의 평균 5%가 부적합 판정을 받는 것에 비하면 부적합 판정률이 10분의 1 수준이다.국내에 좋은 제품이 들어와서가 아니라 검사가 치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통관과정에서의 정밀검사 비율은 20.6%로 선진국의 3∼5%보다 훨씬 높다. 정밀검사 비율이 높다는 것은 검사기간(18일)이 길어 식품의 신선도를 떨어뜨림으로써 통상마찰의 빌미가 되고 있다.

선진국의 사후 관리체제도 본받을 만하다. 미국에서는 어떤 식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강제로 회수하기 전에 업체가 자발적으로 회수한다.

한국의 경우 3년 전에 식품리콜제가 도입됐지만 업체가 자발적으로 식품을 회수한 사례는 단 한건도 없는 실정이다.

참여연대 이혜경(李惠京)간사는 “GMO나 방사선조사식품에 대해 과학계의 주류과학자들은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일부에서는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에게 식품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김애경(金愛璟)부장은 “다이옥신 파동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부가 수입식품에 대해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식품행정 당국의 책임 떠넘기기와 부처 이기주의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성희·김홍중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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